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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읽을거리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다! 의상부터 세트까지 돌려쓰는 비용 절감 비법!

by 블랙탬버린 2024. 1. 11.

원문: https://www.kk-bestsellers.com/articles/-/10743/1/

 

 

■ 그래, 그 세트가 남아 있을 거야! 그걸 쓰자!

「Muchachas」

 

라운지 음악의 전성기는 LP 레코드의 전성기와 맞물려 있다. 그리고 재킷 디자인이 가장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는 것도 라운지 음악이었다.
 
라운지 음악은 쉽게 말해 '집에서 틀어놓는 엘리베이터 음악(BGM)'과 같은 것이다.

록이 노골적으로 연주자=스타라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라운지 음악의 지휘자는 아무리 잘 팔려도 록 스타와 같은 아우라가 없다. 그래서 BGM인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재킷, 더 나아가 재킷만으로도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 기획됐다.

예를 들면 서두에 소개한 「Muchachas」. 뭐지? 이 임팩트 있는 색조와 포즈는! 이른바 차차 리듬의 연주이므로 엉뚱한 재킷은 아니지만, 레코드 가게에 진열했을 때의 시각적 효과를 계산한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체 이것은 세련된 것인가, 촌스러운 것인가? 그 경계선상에서 절묘하게 균형 잡힌 걸작 재킷이라고 생각한다.

재즈의 미녀 재킷에는 의외로 이런 게 없다. 더 정조(正調)다. 라틴이라면 꽤 있지만, 미국 메이저 레이블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모델이나 의상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역시 메이저 레이블의 라운지 음악이 미녀 사진의 독창성으로는 가장 강하다.

「Muchachas」의 놀라운 점은 포즈를 취한 세 명의 모델의 각기 다른 최고의 순간이 한 컷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포즈가 최고다. 특히 다리 처리가 훌륭하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표정이 멋지다. 가운데 여성은...... 너무 폼 잡는 것 같아서 좀 이상하다. 그런 배치가 최고다.

 

그런데 이번 주제는 아시다시피 '돌려쓰기'. 「Loves of My Life」라는 휴고 몬테네그로의 하렘풍 재킷을 보고 있자니 '이 모델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Loves of My Life」

 

맞다! 「Muchachas」. 3명의 모델이 동일하지 않은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확신할 수 없지만, 증거는 있다. 우선 레이블이 같은 Vik 레코드. 카메라맨도 같은 머레이 레이든. 그리고 레코드 번호는 1088번과 1089번이라는 하나 차이. 그렇다면 같은 달에 발매된 것은 틀림없고, 애초에 제작이 동시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서 짐작하건대 같은 스튜디오에서 같은 카메라맨, 같은 모델로 두 장의 앨범을 촬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예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로저 코먼을 필두로 제스 프랑코 등이 악명 높다.

촬영 후 모델 사진을 돌려쓰는 건 흔한 이야기지만, 같은 날 같은 모델을 이용해 의상을 바꿔서 다른 음반을 촬영한다는 건 잘 몰랐는데...... 사소한 발견일지도.

대형 레이블이라면 촬영 세트에 공을 들이는 곳도 많다. 인기 남성 코러스 그룹 에임스 브라더스의 「Destination Moon」은 '미녀 재킷'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여기서는 세트장만 보도록 하자!

「Destination Moon」

 

그리고 에스퀴벨의 스페이스 에이지 음악, 「Other Worlds Other Sounds」의 배경 세트를 자세히 보면...... 「Destination Moon」 세트의 글씨를 지우고 색조를 초록색으로 바꾸고 있지만, 완전히 같은 배경의 돌려쓰기다.

「Other Worlds Other Sounds」

 

이것은 인기 아티스트인 에임스 브라더스를 위해 세트를 만든 것이 분명하다. 먼저 발매되었으니까. 그런데 신출내기인 에스퀴벨의 재킷을 어떻게 할지, 레코드 회사의 프로듀서나 디렉터가 궁리했을 때, '그래, 그 세트가 남아 있을 거야! 그걸 쓰자!'라고 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두 가지 모두 좋은 재킷이고,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퀄리티다. 하지만 지금은 '더 낡은' 세트를 사용하게 된 에스퀴벨의 음반이 중고 시세에서는 훨씬 비싸다.

발매처인 RCA 빅터는 역사도 오래된 대기업 레이블이지만, 돌려쓰는 것은 꽤나 눈길을 끌 정도로 많다. 덧붙여서 「Muchachas」를 낸 Vik 레코드는 RCA 빅터의 서브 레이블로서 출범했다. 돌려쓰는 사풍은 훌륭하게 자회사에도 계승되고 있는 셈이다.

 

 

■ 발매 국가가 다르면 들키지 않는다!? 같은 사진이지만 곡명도 가수도 다르다!

레코드 재킷의 돌려쓰기 등, 아무래도 좋을 것의 최강 부류라고 생각하지만 이걸 찾기 시작하면 의외로 빠져들게 된다. 라틴의 제왕, 사비에르 쿠가트의 「Bread, Love And Cha, Cha, Cha」는 아주 센스 있는 재킷이고, 모델 여성도 멋지다.

「Bread, Love And Cha, Cha, Cha」

 

여성 옆에서 거대한 빵을 안고 있는 것은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 쿠가트 본인. 그리고 모델은 쿠가트가 악단 전속 가수로 고용한 후 아내로 삼은 아베 레인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빵의 의미는 무엇일까?

'남근이잖아!'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내 레인에게 과시하는 쿠가트의 남근(=빵). 왠지 에로틱한 분위기를 둘이서 충분히 자아내고 있다.

아베 레인은 이후 여자를 밝히는 쿠가트와 이혼하게 되지만, 가수로서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독립하여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몇 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그중 하나가 포즈도 걸작인 「Be Mine Tonight」이다. 붉은색 바탕에 금색 의상이 어우러져 정말 화려하고 섹시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금색 드레스가 「Bread, Love And Cha, Cha, Cha」에서 입었던 드레스와 똑같지 않은가!

「Be Mine Tonight」

 

「Bread, Love And Cha, Cha, Cha」가 1957년 발매, 「Be Mine Tonight」은 이듬해인 1958년 발매다. 뭐, 1년 정도는 의상을 보관해 두지. 감가상각적으로도 그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예능적으로는 조금 빈약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두 앨범은 음반사가 다르기 때문에 의상은 아베 레인이 개인 소지품을 촬영 스튜디오에 지참했을 확률이 높다. 아티스트도 참 힘들다. 스타일리스트가 다 맞춰주는 지금과 달리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식의 정교한 돌려쓰기가 아니라 더 단순한 사진의 돌려쓰기도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도 나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진을 돌려쓰는 것만으로는 이야기로서 재미가 없다.

그러한 임팩트가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Girl of My Dreams」를 소개하고자 한다. 카메라의 시선에서 우아하게 추파를 보내는 미녀의 업 사진. 자세히 보면 오른쪽 하단에 작게 침대에서 졸고 있는 남성이 있다. '아, 그의 꿈속의 여인이 바로 이 업 사진의 미인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RCA 빅터의 사용법이 눈길을 끈다는 것은 이미 언급했지만, 특히 서양음악의 일본 발매반에서의 사용법이 눈길을 끈다. 「Gran Obelisco Del Tango」는 일본 빅터에서 발매한 일본판이지만, 사진은 모회사인 RCA 빅터에서 사용한 것이다. 테마가 다르다는 이유로 침대에서 잠든 남성 부분을 인쇄에서 지워버렸다고 한다!

이런 단순한 미녀의 업 사진 같은 건 예술이 아니잖아. 원근법의 극단적 매너리즘적 기법이 있었기 때문에 오리지널의 재미가 있었는데. 뭐, 거기까지 재킷 사진에 집착해서 음반을 사는 사람도 없으니 일본 빅터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왼쪽】 「Girl of My Dreams」 【오른쪽】 「Gran Obelisco Del Tango」

 

마지막으로 아더 컷 사용의 일례를 하나 소개하겠다. 멜라크리노 오케스트라의 「The Immortal Ladies」이다.

파란색 바탕에 모노톤의 사진. 다중노출로 포즈의 변화. 작고 심플하게 배치된 폰트. 그리고 긴 장갑을 낀 플래티넘 블론드 미녀. 모든 것이 완벽하다.

또 다른 비슷한 느낌의, 그러나 전혀 다른 재킷의 음반이 있다. 마티 골드의 「Organized For Hi-Fi」. 왠지 모델도, 포즈도 세련되지 않은...... 하지만 닮았다...... 아니, 같은 모델이 같은 의상을 입고 있다...... 그래, 아더 컷 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디자인력(力)'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미녀와 B급 미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미녀 재킷은 카메라맨이나 디자이너에 의해 '재창조=re-creation' 된 허구의 여신이나 다름없다.

【왼쪽】 「The Immortal Ladies」 【오른쪽】 「Organized For H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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